영화 《미안해요, 리키 Sorry We Missed You (2019)》 는 영국의 사회파 감독 켄 로치(Ken Loach)가 2019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원제 "Sorry We Missed You"는 택배 불착 시 흔히 붙이는 ‘부재중 방문 스티커 문구’를 뜻하기도 합니다.
한국 제목 ‘미안해요, 리키’는 주인공 리키의 고단한 삶을 향한 공감과 위로를 담기 위해 감성적으로 바꾼 제목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드라마가 아니라, 플랫폼 기반 경제와 신자유주의 체제 아래, ‘자영업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비정규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회경제 드라마입니다.
형식상 사장이지만, 실제로는 리스크와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는 ‘위장된 자율 노동’이 어떤 위기를 만들고 있는지를 고발하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노동 착취 구조, 사회안전망 부재, 가족 붕괴까지 실감 나게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불편한 진실을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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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장이 되라는 말이 나를 더 옭아맨다.
리키는 가족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영업 계약으로 택배 일을 시작합니다.
배송 차량을 리스하고, 시간표를 맞추고, 물량을 책임지는 구조이지만, 이 모든 조건은 ‘자율’이라는 이름 아래 개인에게 책임이 전가된 구조일 뿐입니다. 형식상 그는 자영업자지만, 하루 12시간 이상 배송, 쉬는 날마다 과태료, 부상 시 수입 0이라는 극단적으로 불안정한 노동환경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아내 애비는 요양보호사로 일하지만, 이동시간과 감정노동으로 지쳐 있으며, 자녀들과의 관계도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가족 전체가 붕괴 위기에 놓입니다. 리키는 자립의 꿈을 품었지만, 결국 그는 권리는 없고 책임만 있는 노동 착취 구조에 갇혀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영화는 “자영업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당하는 구조”를 통렬하게 고발합니다.
2. 신자유주의와 긱 이코노미의 성장 배경
① 1980년대 이후 노동 유연화의 확대
영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며 공공 서비스 민영화, 고용 유연화, 복지 축소를 추진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정규직 감소, 단기계약 확대, 플랫폼 기반 외주 노동 증가와 같은 비정형 고용이 확산되기 시작했습니다.
②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부상
스마트폰과 플랫폼 비즈니스의 확산으로 배달, 택배, 운전, 돌봄 등 온디맨드 노동시장이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법적으로 자영업자로 분류되어 사회보험 미적용, 단체교섭 불가, 근로기준법 제외 등 현대판 ‘노동 사각지대’에 놓이게 됩니다.
③ 사회안전망의 실패
노동 유연화를 통해 고용을 확대한다는 명분 아래 개인은 사장처럼 대우받지만, 보호는 전무한 상태에 놓입니다.
이는 곧 노동자의 경제 불안정뿐 아니라 가족, 교육, 지역 사회에도 장기적 피해를 초래하게 됩니다.
3. 경제·경영적 시선으로 본 《미안해요, 리키》
① 자영업자의 탈을 쓴 비정규직: 위장 자영업 구조
리키는 자영업자로 계약하지만, 배송 루트, 업무시간, 패널티 기준까지 모두 플랫폼이 정합니다. 이는 법적 보호를 회피하기 위한 위장 자영업 구조입니다.실제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자율’을 빌미로 노동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② 수익은 플랫폼이, 리스크는 개인이
플랫폼은 계약관계에서 발생하는 병가 없음, 벌금 부과, 일정 미이행에 따른 책임 전가 등을 통해 모든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기며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이 구조는 책임의 분산이 아닌, 책임의 은폐를 의미합니다.
③ 노동 불안정 → 가족 해체 → 사회 불균형
리키의 가정은 결국 경제적 압박과 정서적 단절로 인해 부부 간의 갈등, 자녀 방임, 정신적 고립 등 위기를 겪게 됩니다.
플랫폼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안전망이 해체되었을 때 어떤 위험이 따라오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미안해요, 리키》는 플랫폼 경제가 만들어낸 현대 사회의 노동 보고서
《미안해요, 리키(Sorry We Missed You, 2019)》는 단순히 한 가족의 이야기, 혹은 택배기사의 현실을 넘어서 현대 자본주의가 어떻게 노동을 구조화하고, 책임을 외주화하며, 인간을 시스템 밖으로 밀어내는지를 조명합니다.
우리가 말하는 ‘자영업’은 정말 자유로운가?
플랫폼은 편의만큼 책임도 공유하고 있는가?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닌가?
이 영화는 기업, 정부, 소비자 모두에게 '노동 윤리'와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질문합니다.
플랫폼 기반 노동이 계속 확대되는 오늘날, 《미안해요, 리키》는 우리 모두가 "더 나은 노동 생태계"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히 제시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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