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스페인에서 제작된 영화《플랫폼 (The Platform, El Hoyo, 2019)》은 단순한 디스토피아 스릴러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현대 자본주의의 계층 구조, 분배의 불평등,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직 구조의 감옥이라는 설정은 자본과 권력의 위계질서를 상징하며, 한정된 자원을 두고 벌어지는 생존 경쟁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경제 시스템을 은유한다.
음식이라는 생존 자원이 위에서 아래로 전달되는 구조 속에서, 상위 계층은 과잉 소비를 하고 하위 계층은 굶주림에 내몰린다.
이 영화는 ‘왜 모두가 살 수 있는 자원이 있는데도 불공정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스템과 인간의 이기심이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극단적 상황을 통해 날카롭게 드러낸다. 《플랫폼》은 자원의 분배, 계층 이동성, 연대의 가능성 등을 다룬 경제·사회적 텍스트이자, 현대 소비사회에 대한 묵직한 경고다. 공정성, 정의, 협력이라는 가치가 구조 속에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직시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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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수직 감옥에서 펼쳐지는 분배의 실험
영화 《플랫폼》의 배경은 기이한 타워형 감옥이다. 수백 개 층으로 구성된 이 감옥에는 매 층마다 두 명의 수감자가 배치되며, 하루에 한 번 중앙 구멍을 통해 음식이 담긴 '플랫폼'이 맨 위층부터 아래층까지 순차적으로 내려간다. 위층 수감자는 음식이 가득한 상태에서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지만,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음식은 점점 줄어들고, 하층은 굶주림에 시달리며 점점 인간성을 잃는다.
주인공 고렝은 자발적으로 이 시스템에 들어온 인물이다. 그는 자신이 가져온 책과 함께 이 감옥에서 '공정한 분배'를 실현해보겠다는 이상을 품지만, 현실은 너무 잔혹하다.
각 층은 한 달마다 무작위로 바뀌고, 사람들은 자신이 위층에 있을 때는 무한히 먹고, 아래층에 있을 때는 생존을 위해 인간성을 포기한다. 결국 고렝은 마지막 층까지 내려가며, 시스템의 본질을 파악하고 변화의 가능성을 찾아내기 위해 위험한 선택을 감행한다.
그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바로 공존과 공정 분배의 희망이었다.
2. 자본주의와 불평등에 대한 경고
이 영화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더욱 고조된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고 있다.
특히 영화가 공개된 2019년은 세계 상위 1%가 세계 자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올 만큼 경제 불평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하던 시기였다. 영화 속 '감옥'은 곧 현대 자본주의 시스템의 축소판이다.
위층은 기득권과 부유층, 아래층은 서민·빈곤층에 해당하며, 자원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상층에서 독점되기 때문에 하층은 굶주릴 수밖에 없다.
무작위 층 이동은 '계층 이동의 불확실성'을 상징하고, "관리자"는 구조를 유지할 뿐, 어떤 계몽도 하지 않는다.
이는 현실 사회에서도 제도적 개입 없는 시장 논리가 불평등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다.
3. 경제 시선에서 본 《플랫폼》
이 영화는 단순한 생존극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경제교육 요소를 담고 있다.
① 자원 분배의 불평등 구조
감옥의 자원은 충분하다. 문제는 불균형한 소비와 도덕적 해이다.
왜 위층의 탐욕은 허용되고, 하층의 굶주림은 외면되는가?
이는 실질적으로 현대 자본주의에서 반복되는 분배 경제의 딜레마를 그대로 반영한다.
② 시스템 내의 윤리 실험
고렝의 이상은 구조 속에서 실패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시스템에 의해 도덕을 잃는 과정, 그리고 경제적 유인이 없는 상황에서 윤리가 지속 가능할 수 있는가에 대한 실험을 보여준다.
③ 계층 이동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
층이 매달 바뀌는 설정은 안정된 중산층이 사라지고, 누구든 하층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현대 사회의 불안을 그대로 반영한다.
이는 연대의 어려움, 생존 경쟁의 격화, 소외감으로 이어진다.
④ 메시지 전달을 통한 시스템 변화 시도
고렝과 동료는 '음식을 담은 하나의 접시'를 마지막 층까지 보존해 상층으로 돌려보내려 한다.
이는 시스템에 대한 메시지이자, 집단 협력과 상징적 행동을 통한 변화를 상징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경제 구조는 어디쯤인가?
《플랫폼》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사회경제 구조에 대한 은유적 보고서다. 소비와 분배, 욕망과 윤리, 경쟁과 연대라는 핵심 경제 키워드를 하나의 공간 안에서 긴장감 넘치게 풀어낸 이 작품은 우리에게 묻는다.
충분한 자원은 어떻게 불공정하게 소비되는가?
시스템 안에서 인간은 도덕적일 수 있는가?
구조를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 경제 시스템과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해보고 싶다면 《플랫폼》은 그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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