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 (Seaspiracy, 2021)》는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 플라스틱이 아니라 상업적 어업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발합니다. 단순한 환경 보호 메시지를 넘어서, 산업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소비자의 왜곡된 인식까지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패션산업의 이면을 다룬 《더 트루 코스트》와 같은 맥락에서, 지속가능성과 윤리적 소비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환경, 소비, 시스템, 윤리… 이 다큐는 그 모든 교차점에 서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 (https://pixabay.com)
1. 바다의 진짜 위기: 플라스틱이 아니다?
《씨스피라시》는 우리가 흔히 믿고 있는 환경 문제의 인식 틀을 무너뜨립니다.
일반적으로 해양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은 플라스틱 빨대, 쇼핑백, 병 등 1회용 쓰레기입니다. 이 때문에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규제 캠페인이 펼쳐지고, 친환경 포장이 늘고 있죠. 그러나 영화는 전혀 다른 범인을 지목합니다.
바로 상업적 어업입니다. 다큐에 따르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46%는 폐어망이며, 전체 해양 쓰레기 중 약 70%가 어업 장비에서 비롯됩니다. 그 외 일회용품은 극히 일부입니다. 또한, 고래와 돌고래, 거북 등 보호종의 사망 원인 상당수가 상업 어업망에 의한 ‘부수 어획’입니다. 즉, 잡을 의도가 없었던 해양 생물들도 대량으로 희생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환경단체는 이를 대중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습니다. 기업과의 이해관계, 정부의 무관심, 정치적 후원 구조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씨스피라시》는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문제의 본질은 '플라스틱'이 아니라 '산업 시스템'임을 강조합니다.
2. 지속가능한 해산물?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종종 슈퍼마켓에서 ‘지속가능한 해산물’, ‘친환경 인증 참치’, ‘돌고래 안전 마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이 인증들은 소비자에게 ‘이 제품은 환경적으로 안전하다’는 착각을 줍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마크들이 실질적인 검증 없이 부여되며,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상징적인 도장일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한 NGO 관계자는 “우리는 바다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고백합니다. 인증마크가 진짜인지, 혹은 단순히 마케팅용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인증 시스템은 해양 생태계 보호가 아니라 산업 유지와 소비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입니다.
또한, 이른바 ‘친환경 양식업’도 완벽한 대안은 아닙니다. 사료 문제, 항생제, 폐사율 등 또 다른 해양 생물을 착취하는 구조 등 다른 생태계를 파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씨스피라시》는 단순히 해산물 소비를 줄이라는 메시지를 넘어서, 기존의 시스템과 인증 자체를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함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3. 윤리적 소비는 가능한가?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들
이 영화의 궁극적인 메시지는 단순한 비난이 아닙니다. 소비자인 우리가 어떤 기준으로 제품을 고르고, 무엇을 신뢰하며 살아가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집니다. 패션 산업의 문제를 다룬 《더 트루 코스트》와 마찬가지로, 《씨스피라시》는 “당신이 사는 것이 당신이 지지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우리는 패션 산업의 비윤리성을 고발한 《더 트루 코스트》를 통해 옷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씨스피라시》를 통해 해산물과 바다를 다시 보게 됩니다. 이처럼 윤리적 소비는 단순히 ‘덜 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인식하고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는 것입니다. 물론 완전한 불매, 비건 식단이 모든 사람에게 가능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이 ‘가능하냐’가 아니라 ‘고민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합니다. 지금 당장 어획량을 줄일 수 없다 해도, 무비판적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다큐멘터리는 문제의 본질이 개개인의 잘못이 아닌 시스템 구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우리는 지속가능한 소비자이자 동시에 행동하는 시민으로서, 기업과 정책에 변화를 요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해산물 소비를 단순히 줄이자는 메시지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믿고 소비하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입니다.
또한 이 영화는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실천 부족’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로 명확히 지목합니다. 소비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과 정부의 구조 개혁 필요성을 지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소비자로서, 작은 행동으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윤리적 소비는 완벽함이 아니라, 의식적인 선택과 노력의 과정입니다. 오늘 우리가 어떤 해산물을 소비하는지, 어떤 브랜드를 지지하는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경고, 우리가 응답할 차례
《씨스피라시》는 단순한 환경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바다의 위기와 인간의 소비 구조를 동시에 조망하는 복합적 메시지의 다큐입니다. 기후위기, 산업구조, 소비 윤리라는 키워드를 모두 아우르며, 우리 사회의 ‘상식’을 새롭게 점검하게 합니다.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은 "왜 바다는 고갈되고 있는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속적으로 바다를 고갈시키는 구조 자체를 보는 눈입니다. 지금 우리가 먹는 해산물 한 조각이 어떤 생태계 파괴 위에서 올려진 것인지,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변화는 시작됩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기후위기의 해답은 작은 실천에만 있지 않습니다. 인식의 전환, 산업 구조에 대한 비판,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에서 시작됩니다. 《씨스피라시》는 그런 질문을 관객에게 던지고 있습니다. 《더 트루 코스트》를 봤다면, 반드시 《씨스피라시》도 봐야 할 이유입니다.
윤리적 소비의 범위를 옷장에서 식탁으로 확장할 때, 우리는 진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기후위기 다큐《더 트루 코스트》패션 산업의 그림자